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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맥,지맥,단맥 산행/수도권 한강이북

북한산 백운대에서 개성의 송악산을 바라보며 가을을 만끽

o 일 시 : 2003.9.21(일) 11:30~15:30(4시간)

o 산행장소 : 북한산 백운대(836.5m)

o 산행코스 :

수유지하철역~우이동 6번버스 종점~도선사 입구~지장사~도선사앞 광장(매표소)~백운대매표소~우이산장~하루재~인수산장(수덕암)~백운산장~위문~백운대 정상까지의 왕복

o 북한산의 회고

89년도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온지 벌써 15년째다. 우리집 큰애가 초등학교 1학년때 서울에 와서 벌써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공군)를 갔다가 지난 9.10일에 제대를 하고 왔으니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처음엔 직장에서 1년에 한 두 번씩 체육행사 때에만 찾았던 북한산의 아기자기한 맛에 매료되어 3년 전까지는 그야말로 북한산에 푹 빠졌었다.

그러니 북한산 구석구석 100여 코스나 되는 산행코스의 6~70%는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주간산행은 물론이거니와 야간산행까지도…..북한산은 그야말로 서울특별시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들 중에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산의 곳곳에 설치된 국립공원 매표소만도 40여개에 이르고 매표소를 지나면 여러 개의 갈림길로서 곳곳으로 통할 수 있는 코스가 즐비하다. 그래서 등산로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전체를 파악하기조차도 힘든다고 한다. 내가 3년전까지 다녔던 주 등산로만 보더라도 대개 수십가지 길이니…….상상이 힘들 것이다.

평창동에서 올라갈수 있는 계곡코스와 형제봉 능선, 보현봉 사자능선, 구기터널쪽의 구기동계곡(승가사) 코스 및 대남문코스, 우동쪽에서의 우이동계곡코스, 진달래능선, 소귀천계곡코스, 우이능선, 그리고 아카데미하우스쪽의 칼바위능선 및 구천계곡코스, 정릉쪽의 정릉계곡코스, 대성능선, 불광동쪽에서 갈수 있는 향로봉코스, 비봉능선, 구파발쪽의 서문쪽에서 오르는 북한산계곡코스, 의상봉 능선, 삼천리계곡코스, 원효봉 능선 등 무수히 많은 코스가 있다. 그렇지만 여러 입구에서 오른다 해도 결국은 북한산의 주능선인 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동장대~용암문~위문~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으로 연결 지어져 북한산의 위세를 잘 관망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하늘길이다. 북한산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만도 대단하다. 옛날에 삼각산이라고 일컫던 백운대(정상 836.5m)와 인수봉(819m), 만경대(일명 국망봉 800m)를 비롯해서 노적봉(716m),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비봉(560m),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보현봉(700m), 형제봉(462m), 그리고 승가사 뒤쪽의 주능선에 자리한 향로봉, 승가봉, 문수봉(715.7m)과 의상봉능선에 자리한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출봉, 의상봉, 북쪽 능선의 염초봉, 원효봉, 그리고 주능선에 자리한 시단봉, 용암봉 등 모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봉우리도 많다.

O 불암산에서 북한산으로 변경된 오늘의 산행 시작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어제 토요일에 산행을 못한 탓에 오늘은 반드시 산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집에서 나올 때에는 불암산을 오르기로 하고 분당 마지막 종착역인 오리역에서 열차에 올랐다. 분당선 지하철로 이동하여 복정역에서 환승 8호선으로 또다시 잠실역에서 환승 2호선으로 이어서 동대문운동장역에서 환승 4호선으로 갈아타는 아침시간의 지루한 시간을 열차속에서 졸음과 같이하고 있는데, 열차속 곳곳에는 등산복 차림의 많은 산꾼들이 눈에 띈다. 산꾼들의 이야긴즉 오늘은 날씨가 엄청 좋으니 수락이나 불암산보다 북한산 백운대에 오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 열차는 수유역을 지나 쌍문역에 도착했다. 재빨리 내려 다시 수유역을 향했다. 수유역은 옛날에도 등산 하산길에 많이 들렀던 곳이라 생소한 곳은 아니다.

수유역에서 우이동쪽으로 가는 버스를 등산객들을 통해 물어 6번 일반버스를 탈수 있었다. 6번 버스종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서자 도선사길 등산로를 가득 메운 산행객들과 도선사 신도들이 마치 행사장을 방불케 한다. 아마 오늘 날씨가 구름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날씨로서 사방의 시야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산행을 마치고 와서 뉴스를 잠시 보니… 오늘 고 정몽헌회장의 49재가 도선사에서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O 6번 버스 종점~도선사 입구~지장사~도선사앞 광장(매표소)~백운대매표소~우이산장~하루재~인수산장(수덕암)~백운산장~위문~백운대

집에서 출발할 때 준비하지 못했던 막걸리와 초코렛을 도선사 입구를 지나치면서 가게에서 준비를 했다. 그 이유인즉 3여년만에 오르는 백운대 정상에서 정상주를 한잔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초입에서부터 지장사~백운교~도선사앞 광장에 이르는 오르막길은 차도로서 많은 승용차와 도선사 신도들을 실은 관광차가 계속 오가고 있다. 신도들의 왕래를 쉽게 하기위한 방편이지만 등산로가 차도로 변한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 30여분간을 오른 차도길의 끝인 도선사 광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차량들로 가득하다. 백운대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는 마음 또한 편치 않다. 국립공원이긴 하지만 웬 입장료(1,300원)를 이렇게 많이 받는지? ……….????

매표소를 지나면 왼쪽은 용암문쪽이고 오른쪽방향으로 직진하면 하루재쪽이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계단은 가파르다. 많은 산행객들이 숨을 헐떡이며 한계단 한계단 걸음을 옮기고 있지만 상당히 힘드는 모양이다. 아침 일찍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분들과 자꾸만 마주치니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30여분간을 오르면 하루재 안부에 도착한다. 하루재 안부에는 많은 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나는 그대로 통과한다. 하루재에서 오른쪽 능선길은 우이능선으로 영봉을 거쳐서 육모정고개로 향하는 코스이다. 하루재에서 1~2분정도 가면 약수터가 있지만 물을 떠 먹을 수 있는 그릇이 없다. 그냥 흘러 내리는 물을 그냥 입으로 마실 수는 있다. 이곳을 지나 얼마가지 않으면 텐트들이 즐비한 인수봉 아래에 도착한다.

이 텐트들은 모두 인수봉을 암벽 등반하는 산꾼들의 짐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궁금한 것은 없다. 근데 많은 텐트들은 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처음 보는 분들은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 인수봉을 올려다 보니 새까맣게 붙어 있는 것이 마치 개미의 무리가 줄 지어 있는 듯하다. 암벽등반 연습바위에도 여러분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O 인수산장(수덕암)~백운산장~위문~백운대

계곡을 지나면 인수산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많은 산꾼들이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대로 통과하여 깔딱고개에 이른다. 깔딱고개 암벽의 비좁은 쇠말뚝과 로프계단통로에는 하산객들 때문에 많이 정체되어 기다림이 오래다. 계곡의 바위틈과 돌길에는 로프며 쇠말뚝이며… 잡고 오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몇 년전 이곳을 아이젠으로 눈길을 오른 적이 생각났다. 돌이나 바위에는 눈이 많이 쌓여 얼어 있을 때는 좋은 장비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더 불편하다. 쉼없이 올라 오른쪽 수덕암을 뒤로하고 백운산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산행객들이 점심식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라면냄새가 나의 배를 자극하지만 백운대 정상에서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 그냥 지나친다. 물을 한 모금 할려고 하니 우물에서 중년 한분이 물을 길러 나에게 먼저 건한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물을 울컥울컥 마시니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지만 목마름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다시 이곳을 벗어나 위문으로 향한다. 위문까지의 돌길과 바위길 또한 마지막 오르막을 여간 힘들어 하는 코스다. 나는 숨이 헐떡거리는 것보다 계속되는 계단 등의 오르막으로 약간의 관절이 불편할 뿐이다.

나의 경우에는 오르막을 오르는 경우에도 숨쉬기를 아랫배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헐떡이지는 않는다. 숨을 들이 쉴 때에는 입으로 들이쉬고, 내 뱉을 때에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 코로 내쉬는 호흡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피곤이 오지않는 것 같다. 옆을 지나는 산꾼들의 대화 내용을 들으니 대구쪽에서 많은 분들이 북한산을 찾은 것 같았다. 내가 농담 아닌 농단으로 갓바위(대구에서 유명한 곳)나 오르시지 정체가 심한 이곳까지는 웬 일이냐고 하니….. 한분의 대답이 서울은 교통만 체증인줄 알았는데 산길도 정체라며 웃고 넘어간다. 그러는 사이 위문에 도착했다. 수많은 산행객들이 가득하여 쉴 곳이 없어 그대로 통과한다. 여기까지 오르면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지 않고 정체되는 곳에서 잠시잠시 많이 쉬었기 때문에 특별한 휴식은 불필요 하였기에 그냥 통과하기로 한 것이다.

위문 우측의 지그재그 나무계단을 오르면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가파른 암벽을 쇠말뚝과 말뚝에 연결된 철로프에 의지하며 올라야 한다. 하산객 때문에 오르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옛날에는 위문 뒷쪽으로 바위를 돌아서 오르는 코스였는데 인수봉을 바라보며 오르는 이곳은 처음이다. 아마 최근 몇 년사이에 설치된 코스인 것 같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정상의 태극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넙적바위로 그냥 기어서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의 비좁은 바위틈에는 옹기종기 많은 산꾼들이 산아래의 정취에 심취되어 내려올 줄을 모른다. 나도 비좁은 틈을 비집고 오르니 이것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서울에 와서 수없이 백운대를 올랐건만 이렇게 사방이 깨끗하게 시야가 탁 트인 것을 본 적이 없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로 우리나라 전체가 보이는 느낌이다. 발아래 서울 시내에 펼쳐진 아파트군은 물론이거니와 저 멀리 보이는 일산의 아파트.. 의정부쪽.. 그리고 멀리 가물가물 보이는 강화도… 연세가 많아 보이는 노산꾼께서 설명하시는 개성의 송악산…..진짜로 가물가물 보이는 저 산이 송악산이 맞는지 믿기지는 않지만 신문 지상이나 TV에서 가끔씩 보았던 것을 내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말로서 표현할 수가 없다.

사방이 확 트인 북한산 백운대!
오늘 이 곳을 선택한 것이 바로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산정의 바로 바위 끝에 걸터 앉아 준비해온 김밥과 막걸리를 산행 중간에서 만난 k선생과 한 모금 하니 세상이 모두 내껏인양 쉽다. 막걸리 반병을 남겨 하산 길에 먹자고 k선생과 주변의 경치 이야기며…북한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북한산 산행을 한다고 한 직장 동료인 N부장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오늘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산행을 못 했다는 전언이다. 약20여분간의 휴식과 식사를 끝내고 정상을 내려서서 하산을 하려고 하였으나 정상을 향해서 올라오는 분들 때문에 도저히 움직이지를 않는다.

O 하산길(백운대~위문~백운산장~인수산장~하루재~우이산장~도선사앞광장주차장
~지장사 앞~도선사 입구초입~6번버스 종점~수유 지하철역)

한참을 기다려도 꿈쩍도 하지 않는 행렬을 기다리다 지쳐 쇠말뚝과 말뚝간에 연결된 철선 로프 바깥 낭떨어지쪽으로 로프를 잡고 움직이니 하산객들이 우리의 뒤를 따른다. 움직이지 않던 행렬은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고 우리의 하산객들은 조그마한 틈만 생기면 아래쪽을 향하여 내딛는다. 20여분의 실랑이 끝에 암벽 하산길을 마무리하고 위문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빠른 속도로 뛰어 내려선다. 위문에는 아직도 암벽을 향하여 오를 많은 산꾼들이 대기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저쪽 인수봉에는 벽에 붙은 불개미마냥 새까맣게 암벽꾼들이 암벽을 타고 오르고 있다.

백운산장을 그냥 지나쳐 한참을 내려오니 인수산장…. 이곳도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인수봉 아래 텐트촌의 넓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넓은 바위 위에는 아무도 없다. 우린 그곳에서 남은 막걸리를 비우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후 다시 하산을 시작해서 하루재…우이산장…매표소를 지나 도선사앞 광장에 도착한다. 화장실에서 잠간의 볼일을 본 후 집에 전화를 걸어 하산중임을 설명하고 다시 도선사 입구를 향하여 도로를 따라 쉼없이 달려 내려선다. 6번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수유역까지 이동하는 것이 마땅 했으나, 수유역까지 동행하여 걷기로 하여 30여분간을 더 걸은 셈이다. 등줄기에는 땀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어 우리 일행은 간단히 생맥주를 한잔하기로 한다. 생맥주홀에서 시원한 생맥주500cc를 각각 두잔씩 나눠 마시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하고, 오늘의 백운대 행운이 나와 관계되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유역에서 지하철에 올라 분당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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