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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맥,지맥,단맥 산행/수도권 한강이북

꿩대신 닭으로 쏟아지는 장대비와 함께한 수락산 산행기

꿩대신 닭으로 쏟아지는 장대비와 함께한 수락산 산행기

o 일 시 : 2003. 8. 23(토)
o 인 원 : 나홀로
o 산행코스(소요시간 : 4시간 30분)
수락산역~벽운 미주아파트~수락산공원관리사무소~덕성여대생활관~시립양로원~물개바위~큰바위샘~깔닥고개~능선 갈림길~암릉지대(깔딱바위~남근석~독수리바위) ~철모바위 능선~수락산 정상(637.7m)에 이르는 왕복코스

o 산행준비 및 당일

주 5일 근무의 토요일 휴무인지라 지난 7월말 휴가때부터 시작한 주말산행을 이번에도 계속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을 6시간 정도 등반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준비래야 물과 김밥 간단한 군것질용인데 그래도 집으로부터 조금 멀리 가는 것이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부터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긴 했으나, 산행 당일인 8.23일 토요일 날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금새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찌푸린 하늘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된 비는 20여분 이상을 퍼부었다. 그래도 계획된 산행이라 8시30분경 자동차를 운전하여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을 출발해서 청담대교를 건너 동부간선로로 접어 들었다. 비는 남한산성쪽 부근에서부터 그쳐 산행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함께 동행키로 한 k씨를 의정부 장암역 부근에서 만나기로 했던터라 그곳에 9시 50분경 도착해서 기다렸다. 10시가 넘어 몇분을 기다려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않아 전화를 한 결과 비가 너무 많이 올뿐더러 집에 문제가 생겨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홀로 산행을 결심하고 출발했으나 워낙 쏟아지는 장대비에 산행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기왕에 집에서 산행을 계획하고 나온터라 노원구에서 가까운 수락산을 오르기로 결심하고 차를 돌려 노원구 벽운동쪽으로 행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아파트가 워낙 많이 들어서서 수락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곳이 어딘지 분간이 약간 어려웠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정문을 통과해 무조건 빈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난후, 준비한 우산을 받쳐들고 밖을 나오니 150m 직진후 우회전 표시로 수락산 등산로라는 표시가 나를 안내하고 있다. 미주, 장미아파트를 지나 등산로 입구에 이르니 산행을 하는 몇몇분이 눈에 띄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수락이라는 산이름이 딱 떨어지는 설명인 것 같은 느낌이다. 水落山은 원래 뜻이 물이 고여있지 않고 떨어지는 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수락산은 서울시 노원구와 의정부 그리고 경기도 남양주군을 경계로 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불암산과 연결되어 있는 산이기도 하였으나, 수락과 불모산은 근대화에 따른 도로 때문에 절개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종주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산이기도 하다. 다음 번에는 시간을 내어 덕능고개를 넘어 종주를 할 요량이다.

O 공원관리사무소~덕성여대생활관~물개바위~큰바위샘~깔닥고개~능선 갈림길

벽운 미주아파트 뒤쪽 수락산공원관리사무소에서 왼쪽 장미아파트 뒤쪽으로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와 벽운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로 나뉘어 진다. 서울지역에 살고 있을 적인 3~4년 전에는 직장에 같이 근무하는 남부장과 무수히도 많이 올랐던 산이다. 오늘도 전화를 해봤지만 어딘가에 친구 상문을 간단다.
3여년만에 다시 오는 수락이지만 새롭기만 하다. 북부지방 산림청에서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공원 초입부터 수락산의 자생식물에 대한 설명팻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여 계곡을 따라 오르는 정상까지 내내 상세한 자생식물에 대한 군락, 생김새 등 자연학습에 도움이 되는 자세한 기록들이 오랜만에 산을 오르는 나를 반긴다. 계속 비가 내리는 관계로 우비를 꺼내 입지 않을 수 없다. 시립요양원 부근인 염불사에서 좌측계곡으로 오르기 직전 수락산에 대한 안내 간판을 뒤로하고 우비를 꺼내 입었다. 물론 우산도 접지않은 채……..
계곡을 오르는 길목에 있는 가게집에는 선답자들이 하산 길에 벌써 막걸리와 파전으로 목을 축이는 광경이 그리고 무슨얘기를 나누는지 웃음꽃도 활짝이다. 평소에는 계곡의 물이 거의 없던 수락이지만 오늘은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이 계곡을 넘치고 있다. 돌다리가 설치된 몇몇 곳은 등산화에 물이 넘칠 정도로 건너기가 다소 불편하다. 물개바위를 지나고 배드민턴장이 있는 마지막 가게집을 지날 즈음 하산하는 산꾼 한 분이 목을 축이라고 물을 건한다. 꿀맛 같은 물을… 두어 모금 하고 나니 기분도 상쾌하다. 흘러 내리는 땀과 빗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아마 그 산꾼이 물을 건넸을 것이다. 벽운교를 지나 마지막 다리를 건너면 제1약수터 간판이 보인다. 우측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깔딱고개쪽인 좌측길이 일반적인 산행길이라…….계속해서 걷는다. 젊은 부부 두명이 앞서 가고 있는 것을 간단한 인사와 함께 추월하여 쉼없이 오르니 큰바위(일명 마당바위)샘에 도착…… 시계를 보니 11시 40분을 넘고 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지만 왜 이렇게 더운지?? 물론 배낭을 메고 있는 데다가 우비까지 겹쳐 입었으니 그럴 것이다. 배낭의 물로 목을 축이고 준비한 초콜릿을 먹으며 10여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젊은분 두분이 하산하고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지나치지만 정상을 향해서 오르는 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휴식을 끝내고 깔딱고개를 길만 쳐다보고 오르고 있는데 누군가가 수고하신다고 인사한다. 흠뻑 비에 맞은 중년 한분이 맨발로 내려오고 있다. “네에” 라는 인사와 함께 갈림길 능선에 도착하여 한숨을 크게 내려쉬니, 먼저 온 산꾼 두분이 갯골쪽 능선으로 하산한단다.

O 능선 갈림길~암릉지대~철모바위 능선~정상(637.7m)

이분들도 원래는 정상을 오를려고 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위험하기 때문에 갯골쪽(1.9km)으로 하산을 결정했다는 말을 뒤로하고 수락산 정상0.8km라는 팻말을 보며 암릉지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받쳐 들고 있던 우산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부턴 설치된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수차례 올라온 수락이건만 쏟아지는 비와 함께하는 수락은 또 새롭게 느껴진다. 등산화가 바위의 빗물과 함께 미끄럽다. 헉헉거리며 오르고 있을 즈음 부부로 보이는 산꾼 두명이 내려온다. 정상에 산행꾼이 있는지 물어보니 못 보았다는 대답이다. 물론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은 모두 하산하였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니 모두 서둘러 하산했을 것이다. 설치된 로프를 잡고 헐떡거리며 오르니 깔닥고개 바위다. 산불예방을 위해 소방서에서 설치한 119안내판에 위치10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계속하여 암벽을 로프에 의지하며 오르니 남근석에 도착했다. 잠시 한곁에 자리를 하고 앉아 김밥을 꺼냈다. 시계는 12시 20분을 지나고 있었다. 물로서 목도 축이고 준비한 김밥도 먹고 하니 이젠 살 것 같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비바람만 세차게 몰아칠 뿐 10m앞도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 맑은 날 이곳에서 내려보는 수락의 절경은 서울시내 뿐만아니라 의정부, 남양주가 저 멀리 보이고, 도봉산과 북한산의 백운대도 보일 것인데 오늘은 모두가 휘뿌연한 안내속에 가려 앞뒤를 분간하기도 힘든다. 다시 발걸음 재촉하여 독수리바위에 도착 숨을 몰아쉰후 119안내 표시판을 뒤로하고 철모바위로 향한다. 누군가가 전쟁에서 철모를 두고 갔다 하여 생긴 철모바위 능선에서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겨 정상에 도착…… 정상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정상에 오를 때 미끄럼이 심하여 다소 힘들었는데 오늘은 로프에 의지하여 쉽게 올랐다. 정상이라고 표시된 팻말을 뒤로하고 빨리 하산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하산을 서둘런다. 시계를 보니 13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O 정상에서 왔던 길로 다시 하산

온 몸에 비를 흠뻑 맞다 보니 이젠 등산화도 물로 찌걱거린다. 3~4전년 직장에 함께 근무하고 있는 남부장과 함께 왔던 그때를 생각하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외로운 산꾼 한분과 마주쳤다. 그분은 석림사 쪽으로 하산계획 이란다. 석림사는 의정부 장암역쪽에 있는 절이다. 몇 년 전에 그쪽으로도 그리고 홈통바위쪽으로도, 또 540고지쪽으로도 하산을 한 경험이 있다. 오늘은 미주아파트에 차를 주차했거니와 많은 비를 맞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올라왔던 암릉능선으로 되돌아 가기로 하였다. 조금은 힘들긴 했지만 오르는 것보다는 내려오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 30여분간을 내려온 끝에 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능선 갈림길에서 나홀로 산행하는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길동무를 만났다. 그분은 위험해서 정상을 못가고 다시 하산해야겠단다. 그분과 함께 있던 다른 산꾼은 정상을 향하고 그 길동무는 나를 따라 하산한다. 내려오는 길목의 마당바위에서 목을 축이고 다소의 휴식을 취한 후 우산도 다시 꺼내 들었다. 아침에 같이 동행키로 했던 k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냐는 것이다. 약 한 시간쯤 후에 하산완료 예정이라고 전하고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산행꾼은 거의 없다. 하산 후 내려오는 길목의 돌다리는 물이 넘쳐서 등산화를 흠뻑 적시지 않을 수 없다. 한참을 내려오다가 물개바위를 지나 중간쯤 되는 가게에 도착 막걸리와 파전으로 그 길동무와 함께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남동에 사신다는 그 길동무도 한 동안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당초 소요산을 계획하고 집을 나왔던 산행이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쏟아지는 장대비와 함께한 오늘의 수락산 산행도 그야말로 경험하기 힘든 산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의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